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예상됐다. 그런데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최종 후보에 오를 줄은 몰랐다.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나선 ‘퍼펙트 투수’ 사사키 로키(24) 영입전에 살아남았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사사키가 토론토에서 블루제이스 구단의 초청으로 만남을 가졌다고 전했다. 다저스, 샌디에이고,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시카고 컵스,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레인저스에 이어 사사키와 미팅을 가진 8번째 팀으로 확인됐다.
놀라운 건 토론토가 다저스, 샌디에이고와 함께 파이널리스트로 남았다는 점이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양키스, 메츠, 컵스, 샌프란시스코, 텍사스가 영입전에서 탈락했다. 아시아 선수들이 선호하는 서부 지역팀 다저스, 샌디에이고는 일찌감치 사사키의 유력 행선지로 꼽혔지만 북미 동부 지역팀 토론토의 생존은 의외다.
‘MLB.com’은 ‘사사키가 전형적인 방식으로 FA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토론토에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사사키가 방문한 동안 캐나다의 겨울이 그를 겁먹게 할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사사키의 고향인 일본에도 눈이 내렸다’며 ‘토론토는 젊은 투수 육성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지만 적절한 프레임은 아니다’고 전했다.
토론토는 젊은 투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케빈 가우스먼, 크리스 배싯, 호세 베리오스 등 베테랑 투수들이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 로비 레이(샌프란시스코)도 토론토에서 사이영상을 차지한 뒤 FA 대박을 쳤고,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 역시 토론토에서 불안한 제구를 잡고 스텝업하며 FA로 좋은 대우를 받고 떠났다.
사사키가 완전히 경험이 없는 투수도 아니고, 일본프로야구에서 4시즌 동안 1군에서 던졌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큰 무대도 경험했다. 젊은 투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적당히 경험 있는 투수들을 살려 쓰는 데 능한 토론토라면 사사키의 성장 욕구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
캐나다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토론토는 막강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홈구장 로저스센터뿐만 아니라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있는 스프링 트레이닝 시설까지 최신식으로 리모델링하며 선수들의 발전과 편의를 위한 인프라도 갖췄다. 그러나 북미 동부 지역으로 날씨가 춥고, 미국보다 높은 세율로 인해 선수 영입에 불리함을 안고 있다. 올겨울 ‘FA 최대어’ 후안 소토 영입전에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메츠에 졌고, 지난겨울 오타니 쇼헤이 영입전에서도 다저스에 패했다.


만약 토론토가 사사키를 잡는 이변을 연출한다면 2020년 FA 시장에서 투수 류현진(38·한화 이글스)을 영입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시 토론토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솃 등 젊은 야수들을 중심으로 리빌딩을 마무리하고 성적을 내기 위해 FA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9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2위 투수 류현진을 4년 8000만 달러에 FA 영입하며 윈나우 전환을 알렸다.
류현진의 활약으로 2020년 4년 만에 가을야구 복귀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높인 토론토는 2021년 외야수 조지 스프링어(6년 1억2500만 달러), 2022년 투수 가우스먼(5년 1억1000만 달러)을 거액에 FA 영입했다. 그 사이 트레이드로 데려온 투수 베리오스와도 7년 1억31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했다. 선수들이 꺼려하는 팀이었지만 류현진 영입 이후 구단 이미지가 확 바뀌며 혈이 뚫렸다.
전력을 대폭 끌어올린 토론토는 2020~2023년 4년간 3번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지난해 다시 지구 5위 꼴찌로 추락하면서 반등이 필요한 시기다. 사사키 영입에 성공한다면 추후 토론토의 전력 보강도 용이해진다. 연장 계약 협상 중인 ‘예비 FA’ 게레로 주니어의 잔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