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 오른쪽(1루) 라커룸으로 출근했지만, 이제 왼쪽(3루) 라커룸으로 향해야 한다. ‘한 지붕 두 가족’ 잠실구장을 나란히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LG는 지난해 12월 FA 투수 김강률과 3+1년 최대 14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9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김강률은 FA 자격을 얻어 곧바로 옆집으로 이적한 역대 2번째 투수다. 2007년 박명환이 LG와 4년 40억원 FA 계약으로 한 것이 두산과 LG 사이의 최초 FA 이적 사례였다.
김현수가 2015시즌을 마치고 미국에 진출했다가 2018년 복귀해 LG와 4년 115억원 계약을 했는데, 중간에 빅리그 2년 커리어가 있다. 지금까지 LG에서 두산으로 FA 이적을 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신년 인사회에서 LG 선수단 전체에 인사를 한 김강률은 “늦은 나이에 팀을 옮기게 됐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잠실을 함께 쓰는 LG로 옮기게 됐다. 낯이 익은 선수들도 많고, LG 직원들 중에 얼굴을 아는 분들도 많아서 묘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잠실 라이벌’로 소속이 바뀐 그는 “계약을 하기 전에 LG 선수들에게 물어본 것은 없었다. 다만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선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LG에서 나를 필요로 해줬다는 것이 가장 컸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산이 강했는데, 최근 2~3년 역전이 됐다. 개인적으로 LG는 상대하기 껄끄러웠던 팀이었다”고 말했다.
두산 동료들의 아쉬움 속에 두산을 떠난 김강률은 “두산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한 타자들을 상대한 적은 많다. 그런데 내가 (팀을 떠나) 두산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몇몇 선수들을 보면 웃음이 날 것 같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LG는 불펜 핵심 선수들인 유영찬, 함덕주가 잇따라 팔꿈치 수술을 받아 재활 중이다. 염경엽 감독은 두 선수의 복귀 시기를 후반기로 잡고 있다. LG는 김강률 영입에 앞서 FA 투수 장현식을 4년 52억원에 영입해 불펜을 보강했다.
염 감독은 “김강률, 장현식, 김진성이 전반기에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전반기를 버티면 7월에는 부상자들이 복귀해 전력이 한층 좋아져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현식이 마무리를 맡고, 김강률은 베테랑 김진성과 함께 필승조르 7~8회 위기를 막아야 한다.
김강률은 2021시즌 50경기(51⅔이닝)에 등판해 3승 무패 3홀드 21세이브 평균자책점 2.09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했다. 이후 2년간은 부상과 부진으로 성적이 안 좋았다. 2022년 26경기(24⅔이닝) 3승 4패 9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38이었고, 2023년 32경기(25⅔이닝) 1승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다. 지난해 53경기(42이닝)에 등판해 2승 2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LG 필승조 숫자가 적어 출장 경기 수가 더 많아져야 김강률도 LG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강률은 "LG가 나를 영입한 이유를 잘 안다. 최소 50경기는 등판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12월 말부터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 LG의 비시즌 프로그램이 잘 돼 있더라. 기대에 부응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과거 잔부상 이력이 있다. 김강률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수술도 받는 등 부상이 잦았다. 그런데도 FA 자격을 얻고, 계약까지 해 뿌듯하다. FA 자격 취득이 불가능해 보이던 때도 있었다. 불가능한 걸 해냈으니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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