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현이 6년 전 자신의 태도 논란을 돌아보며 재차 사과한 가운데, ‘주어’ 없는 사과로 오히려 누리꾼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피해를 입었던 동료 배우 서현이 MC석에 자리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의 대인배 면모만 드러나게 됐다.
11일 밤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는 방송인 장성규와 배우 서현, 문상민의 진행 아래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KBS 드라마에서 활약한 배우와 작품, 스태프들을 위한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 시상식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됐으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되면서 11일 녹화중계로 공개됐다.

이날 김정현은 드라마 ‘다리미 패밀리’로 남자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정현은 “제가 얼마나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세워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사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제가 연기를 다시는 못 할거라 생각했다. 여러가지 이유들도 있었고 저 스스로도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자리에 설 수 있는게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상을 받고 감사인사 드리는 게 응당 해야할 일인데 저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감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는 이루어질수 없다 생각한다. 제가 연기를 시작하고 한 때 굉장히 못된 행동과 해서는 안될 행동으로 많은 분들께 상처를 주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죄드리겠다. 사죄를 드렸다고 해서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용서를 바라지도 않겠다. 하지만 제 삶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시상식 중계 전부터 김정현이 수상소감에서 서현을 언급하며 당시 태도 논란에 사과를 했다는 말이 돌아 시선이 집중됐으나, 정작 수상소감에서는 ‘주어’가 빠졌다. 김정현이 사과를 하는 대상이 당시 피해를 입었던 동료 배우 서현이나 ‘시간’ 제작진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시청자’들에 자신의 태도 논란을 사과하는 것인지 불분명했던 것.

김정현이 직접 언급한 ‘못된 행동’은 6년 전 드라마 ‘시간’ 제작발표회에서 있었던 태도 논란으로 풀이된다. 당시 김정현은 상대 배우였던 서현과 팔짱을 거부하고 제작발표회 내내 어둡고 무표정한 얼굴로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당시 태도 논란에 대해 김정현 측은 캐릭터에 과하게 몰입해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으나, 대중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던 상황. 오히려 당황스러웠던 행사 내 동료 배우의 태도에도 의연하게 진행을 이어간 서현에 칭찬이 이어졌다.
그러던 2021년, 한 매체 보도를 통해 김정현이 당시 교제하던 동료 배우 서예지와의 메시지 등이 공개되며 ‘시간’ 제작발표회 당시 태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태도 논란의 이유가 대중에 해명한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었던 것.
이에 김정현은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며 “드라마 ‘시간’에서 중도 하차를 하는 모든 과정, 제작발표회에서의 제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서현 배우님을 비롯해 당시 함께 고생하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사과했다.

김정현은 태도 논란 이후 ‘꼭두의 계절’로 지상파 드라마에 복귀, ‘다리미 패밀리’에 출연하며 호평을 받았고 이번 시상식에서 최우수상까지 수상했다.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과오를 돌이키며 사과했지만, 정작 사과를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아 오히려 의문만 커졌다.
그러나 시상식이 끝난 뒤 서현은 팬들과 소통을 나누는 메시지 플랫폼 버블을 통해 “최후의 승자는 선한 사람이다. 오늘도 이 말을 되새기며 하루를 가치 있게 마무리하자. 우리 모두 늘 고맙고 사랑해♥︎”라고 간접적으로 심경을 전했다. 굳이 긴 말을 하지 않아도 6년 전에도, 지금도 서현의 대인배 모습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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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