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첫사랑 아이콘’인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배우 명세빈이 ‘닥터 차정숙’의 히로인으로 활약하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 연출 김대진 김정욱)에서 차정숙 역의 엄정화에게 더 몰입을 할 수 있는 건 주변 인물들의 뻔뻔함 때문이기도 하다. ‘하남자’의 아이콘 ‘서인호’ 역의 김병철, 불륜에도 본처에게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최승희’ 역의 명세빈이 있기에 차정숙에게 더 몰입하고 공감하며 응원할 수밖에 없다.
명세빈은 그동안 차분하고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인식되어 왔다. 1990년대 다양한 드라마와 CF를 통해 큰 사랑을 받은 배우 명세빈은 “저 이번에 내려요”라는 CF 대사로 많은 남성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나 명세빈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선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첫사랑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랬던 명세빈이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달콤하고 러블리한 모습과 반전되는 살벌한 면모와 독특한 식성으로 눈길을 끌고, ‘부암동 복수자들’, ‘보쌈-운명을 훔치다’에 이어 ‘닥터 차정숙’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명세빈인 만큼 신선하면서도 반전이 더 크게 다가왔다.

명세빈의 ‘불륜녀’는 그저 분노만 유발하는 게 아닌, 어쩐지 공감이 가는 행보로 눈길을 모은다. 5회에서 왜 자신을 낳았냐고 원망하는 딸 최은서(소아린)에게 “네가 너무 보고싶어서 낳았다”며 눈물 흘리는 모습은 어쨌든 불륜이라는 형태지만 최승희가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납득시키는 장면이었다.
그러면서도 ‘불륜녀’ 답게 분노를 유발하는 모습도 많았다. 딸 최은서가 차정숙의 딸 서이랑(이서연)과 몸싸움을 하다 팔을 다쳐 깁스를 하고, 대학 입시에 차질이 생기자 차정숙에게 “내가 왜 병원을 그만둬야 하냐. 네가 이혼하면 병원 그만두겠다. 그럼 너도 편하게 전공의 마칠 수 있겠다”, “자격? 그러는 너는 나한테 자격이 있냐. 남의 남자 훔쳐 임신해 결혼한 건 네가 먼저 한 짓이다. 그런 짓만 저지르지 않았어도 지금 이런 일 없었다”라는 뻔뻔한 말로 분노를 유발했다.

명세빈은 ‘닥터 차정숙’ 제작발표회 당시 “제가 안해본 캐릭터에 새롭게 도전하게 됐다. 예전에 보여준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모습에서 제 표현을 강하게 할 수 있고, 그냥 착하기만 한 게 아니라 확실히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강해서 선택했다. 아마 예전에는 못 보여드렸던 모습일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명세빈은 “연기는 제가 했던 게 편하긴 하지만 이번에 새로 도전한 것도 새로 해석한 모습이라 도전이었다. 고민도 많았고, 선배님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제일 잘 알고 있는 엄정화 선배님에게도 물어보고, 김병철 씨에게도 물어봤다. 그만큼 열심히 해서 그런지 계속 이런 캐릭터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김대진 PD도 명세빈이 연기한 최승희에 대해 “기존에 보신 것과 많이 다른 캐릭터다. 욕심도 낼 수 있고 많은 공감대를 살 수 있게 자신있게 표현해줬다. 너무나 안심이 됐다”며 명세빈의 변신을 극찬했다.

명세빈의 변신, 새롭게 해석한 ‘불륜녀’라는 악역으로 인해 ‘닥터 차정숙’은 최고 시청률 18.0%(10회,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2023년 방송된 JTBC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달리고 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