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구속 160km. 투수에게는 꿈의 숫자다.
일본에서 꾸준히 배출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사시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와 같은 160km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는 국내에서는 왜 찾아보기가 힘든 것일까. 기본적인 인프라의 차이에서 오는 한계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답이 없는 건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코치와 퓨처스 감독을 역임했던 오치아이 에이지 주니치 드래건스 수석 코치를 비롯해 2004년부터 8년간 지바 롯데 마린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활약했던 '국민타자' 이승엽 KBO 홍보 대사 그리고 오릭스 버팔로스(2012~2013년)와 소프크뱅크 호크스(2014~2015년)에서 활약했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일본 시모노세키 하야토모고와 후쿠오카 경제대를 졸업한 뒤 시코쿠-규슈 독립리그를 거쳐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김무영 IPU 환태평양대학 투수 코치 등 한일 야구를 잘 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오치아이 수석 코치는 기본적인 야구 인프라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한국 투수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체계적인 훈련 방식이 정착되면서 강속구 투수가 꾸준히 배출된다는 게 오치아이 코치의 생각. 그는 "일본에서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는 트레이닝이 체계적으로 확립했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20~30년 전보다 확실히 진화하고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야구의 과학화라 불릴 만큼 랩소도, 트랙맨 등 각종 최첨단 측정 장비가 등장했다. 오치아이 수석 코치는 "각종 데이터를 측정하는 장비가 더욱 정밀해졌다. 그래서 옛날 투수들이 140km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에 사용했던 측정 장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
그는 "선동렬 감독님의 공은 현재 사용하는 스피드 건으로 측정하면 155km 이상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150km 이상 던지는 젊은 투수들의 공을 뒤에서 봐도 선동렬 감독님보다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측정 정밀도가 5~7km 정도 차이는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치아이 수석 코치는 하체 근육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한국에서 투수들을 가르치면서 이해시키기 힘들었던 게 스피드는 힘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확실히 힘은 필요하다. 하지만 투수는 큰 근육(바깥 근육)보다 안쪽 근육(허벅지 근육)의 사용법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이런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오치아이 수석 코치의 말이다.
그는 사사키 로키, 오쿠가와 야스노부(야쿠르트 스왈로스), 센가 코다이(소프트뱅크 호크스), 야마오카 다이스케(오릭스 버팔로스) 등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들의 투구 폼을 예로 들었다. "이들 모두 안쪽 근육의 사용 방법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하체를 활용하는 방법이 다르고 허벅지 근육을 잘 사용해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야구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겠지만 어린이들이 야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치아이 수석 코치는 "아마추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야구 인구를 더 늘리기 위해 아이들이 부담 없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과 장소가 마련돼야 한다. 누구나 야구를 접할 수 있게끔 한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선수를 배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삼성 퓨처스 감독 시절 매주 일요일 오후에 경산 볼파크에서 어린이 야구 교실을 여는 게 나의 목표였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실행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구단에서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저변 확대는 노력에 따라 반드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일본은 이기는 것만 생각하지 않는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미래를 더 중요시 여긴다". 이승엽 홍보 대사가 보고 느낀 일본 야구의 모습이다.
사사키는 고교 시절부터 160km 안팎의 빠른 공을 던지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사시키 로키의 소속 팀인 오후나토고는 2019년 7월 이와테현의 지역 대회 결승전에 진출해 1승만 하면 고시엔 구장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사사키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고쿠보 요헤이 감독은 전날에도 등판한 사사키가 결승전에 출장하면 부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 나무보다 숲을 보는 마음으로 사사키를 아낀 것이다.
이승엽 홍보 대사는 고쿠보 감독의 사례를 들며 "일본 야구는 눈앞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력 훈련 특히 러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이 뛰어야 하체가 탄탄해지고 밸런스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일본에 있을 때 고등학교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러 자주 갔었다. 한국 고교 선수들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 보기 위해서다. 일본 투수들은 왜 공끝이 좋은지 유심히 지켜보니 굉장히 많이 뛰더라. 체구가 작아도 공끝이 좋은 이유가 러닝 효과였다".
이승엽 홍보 대사는 "일본 투수들은 하체가 아주 탄탄하다. 허벅지와 골반이 되게 넓은 편이다. 프로에 갓 입단한 투수들을 봐도 공을 던질 때 하체를 잘 활용한다. 투수는 하체 힘과 지구력이 없으면 안 된다. 하체가 탄탄해야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일본 투수들이 연투 능력이 뛰어나고 안정된 밸런스로 던질 수 있는 건 하체를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허리 위쪽으로 힘을 쓰는 건 한계가 있다. 하체가 동반돼야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다. 상체로만 던지면 어깨와 팔꿈치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일본 투수들은 우리나라 투수들과 달리 하체를 쓰는 요령과 훈련 방법이 확실히 다르다"고 전했다.

일본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나무 배트를 사용하는 한국 고교 야구와 달리 알루미늄 배트를 쓴다. 이대호는 이 부분이 강속구 투수 육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는 나무 배트를 쓰니까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다. 직구를 많이 던져야 구속이 더 나오는데 변화구 비중이 높으면 구속 저하될 수 있다. 반면 일본 투수들은 알루미늄 배트를 이겨내기 위해 빠른 공을 많이 던진다"고 말했다.
훈련량의 차이도 한몫한다고 여겼다. 일본의 아마추어 선수들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다. 선수들 모두 기량 향상을 위해 개인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반면 한국은 훈련량이 부족하다. 특히 러닝과 같은 체력 훈련은 지루하고 힘들기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일부 선수들은 훈련량에 불만을 품고 교육청에 '과도한 훈련에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투서를 넣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력 훈련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이대호는 "우리는 미국 야구를 많이 받아들이는 편이라 러닝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비중을 둔다. 그런데 러닝이 정말 중요하다. 뛰다 보면 밸런스가 좋아진다. 미국도 단거리 러닝을 많이 한다. 우리는 많이 뛰라고 하면 (교육청에) 투서를 넣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은 잘 알려진 대로 야구 인프라가 뛰어나다.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하니까 잘하는 선수가 많이 나온다"고 밝힌 김무영 코치는 "훈련량의 차이가 아주 크다. 한국에서 아마추어 지도자로 활동 중인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 야구팀의 훈련량이 훨씬 더 많다. 투수의 경우 복근, 점프, 밸런스 훈련에 1시간 30분을 할애한다"고 설명했다.
예전보다 러닝 훈련의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많이 뛰는 편이다. 훈련 일정에 다양한 트레이닝 훈련이 포함되어 있고 팀 훈련이 끝난 뒤 선수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김무영 코치가 말하는 일본 선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기가 몸에 배어 있다는 점이다. "선수들 모두 기본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플레이와 단정한 복장은 학생 야구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그러한 전통을 잘 지키기 때문에 기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김무영 코치의 말이다.
이어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어야 화려한 플레이가 나온다. 캐치볼 할 때 최선을 다한다. 캐치볼은 최고의 기술 훈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