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단독 꼴찌 굴욕을 겪었던 디펜딩챔피언이 힘을 뺀 플랜B 라인업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KT 위즈는 지난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2차전에서 8-0 완승을 거두며 하루 만에 NC, 한화를 제치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15일 5연패로 2021년 4월 14일 이후 366일 만에 꼴찌가 된 KT.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외인투수 글렌 스파크맨을 맞아 박병호, 장성우, 배정대 등 주전을 대거 제외하는 플랜B를 꺼내들었다. 대신 김병희, 김준태, 홍현빈 등 백업들을 대거 투입, 김민혁-황재균-조용호-헨리 라모스-김병희-김준태-오윤석-홍현빈-심우준 순의 1.5군급 라인업을 꾸렸다. 보통 연패 중이면 최정예 타선을 앞세우기 마련이지만 사령탑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택했다.

작전은 적중했다. 1회 무사 1, 2루 기회가 무산될 때만 해도 불길한 기운이 엄습했지만 의외로 해결사는 백업들이 운집한 하위타선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롯데를 상대한 롯데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0-0이던 2회 지난해 7월 나란히 롯데에서 KT로 트레이드 된 김준태, 오윤석이 좌전안타와 2루타로 2, 3루 밥상을 차렸다. 이후 시즌 첫 타석에 들어선 홍현빈이 1타점 내야땅볼, 후속 심우준이 1타점 좌전 적시타로 2-0을 만들었다.
4회에는 오윤석이 선두로 나서 2루타로 이닝의 물꼬를 텄다. 이후 홍현빈이 몸을 사리지 않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번트안타에 성공했고, 심우준이 침착하게 희생번트로 3루주자 오윤석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승부처는 5회였다 1사 후 라모스가 2루 쪽 느린 타구를 날린 뒤 1루에 거침없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며 출루를 이뤄냈다. 이후 김병희의 안타와 상대 폭투로 계속된 2사 2, 3루서 다시 폭투가 발생, 3루주자 라모스와 2루주자 김병희가 모두 홈을 밟았다. 승부의 쐐기를 박는 2득점이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6이닝 무실점)에 이어 올라온 박시영의 역할이 돋보였다. 박시영 또한 2020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서 KT로 둥지를 옮긴 우완투수. 이날은 5-0으로 리드한 7회 등판해 2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승리를 뒷받침했다.
백업들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은 KT는 휴식을 취했던 주전들을 경기 막바지에 대거 투입하며 이들의 컨디션 관리를 도왔다. 8회 박병호가 좌전안타로 3경기 만에 안타를 신고했고, 9회 1사 후 배정대의 내야안타에 이어 아픈 손가락이었던 라모스(2점홈런)-장성우(솔로홈런)가 백투백 홈런으로 기세를 끌어올렸다.
KT에게는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백업들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데스파이네, 박병호, 라모스, 장성우, 배정대 등 부진했던 주전들이 나란히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데스파이네는 경기 후 “팀이 연패 중이라 선발투수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연패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연승을 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마법사 군단의 밝은 앞날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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