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못 봤어요. 아파서…”
삼성 거포 1루수 오재일(36)은 시범경기에서 24타수 8안타 타율 3할3푼3리 3홈런 9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정규시즌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FA 이적 첫 해였던 지난해 옆구리 통증으로 개막 합류가 불발돼 4월말부터 1군에서 시작했던 오재일에겐 어느 때보다 설레는 봄이 올 것 같았다.
그러나 오재일은 올해도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시즌 전 건강 이슈로 동료 선수들과 무더기 이탈했다. 통증 없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재일은 몸살을 앓았다. 개막 후 며칠 동안 TV 중계도 제대로 못 봤다.

지난 8일 대구 키움쩐부터 1군에 합류한 오재일은 그 여파로 첫 4경기에서 12타수 1안타 타율 8푼3리에 그쳤다. 하지만 5번째 경기였던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감을 잡았다. 2회 첫 타석에서 맞바람에 막혀 홈런이 될 타구가 우측 펜스 앞에서 잡혔지만 4회 중견수 키 넘어가는 1타점 2루타, 6회 우중간 빠지는 2루타, 7회 우중월 스리런 홈런으로 폭발했다. 4타수 3안타 4타점 맹활약.
경기 후 오재일은 “쉬다 와서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경기 전 연습하면서 ‘오늘은 많이 좋아졌구나’ 생각했다. 첫 타석에 바람 때문에 잡히긴 했지만 좋은 타구가 나온 이후 감이 잡혔다”고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을 뽐내다 일주일 이상 쉬면서 흐름이 끊긴 것은 아쉬울 법하다. 오재일은 “많이 아쉬웠지만 그것 또한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마음먹었다”며 “초반에 몸이 아파서 TV 중계도 못 봤다. 영상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 많이 응원했다. 젊은 친구들이 잘해줘 뿌듯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늦지 않은 시기에 합류했고, 빠르게 감을 찾았았다. 오재일 특유의 파워는 여전하다. 상대 외국인 타자도 놀랐던 모양이다. 한화 마이크 터크먼이 6회 안타를 치고 나간 뒤 투수코치 마운드 방문 시간 때 1루수 오재일과 몸 동작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오재일은 “첫 타석 홈런 타구가 잡힌 것과 다음 타석에서 2루타 친 것을 얘기했다. 터크먼이 ‘어떻게 그런 타구를 센터 쪽으로 날리냐’고 물어봐서 ‘웨이트 많이 했다’고 말했다”며 둘 사이 대화를 공개했다. 4회 오재일의 2루타는 중견수 터크먼의 키를 넘어간 것이었다.
큰 몸에 파워뿐만 아니라 부드러움도 갖춘 선수가 오재일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베테랑이지만 1루 수비시 몸 동작은 누구보다 유연하다. 오재일은 “부모님이 좋은 몸을 주신 게 가장 크다. 시즌 전 유연성, 밸런스 운동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이전에는 타격과 수비 기술 훈련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스트레칭, 웨이트에 더 집중한다. 한 시즌을 뛰는 데 있어 기술보다 그런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타격도 마찬가지. 오재일은 “밸런스가 좋으면 다 된다. 몸에 힘을 빼면 잘 치려고 하지 않아도 잘 맞더라”며 “후배들이 ‘되게 편안하게 친다’며 많이 물어본다. 난 쉽게 치는 게 아니라 열심히 친다고 치는 것이다. 그건 물어봐도 제대로 답을 못 해주겠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