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타저(投高打低)를 넘어 투신타저(投神打低) 시대가 온 것일까.
시즌 초반이지만 2022년 KBO리그 타자들의 한탄이 깊어지고 있다. 리그 타율 2할3푼1리는 1993년(.247)을 넘어 41년 역사 통틀어 최저 수치이고, OPS(.624)도 199년(.668)보다 낮다. 리그 평균자책점도 3.06으로 1986년(.308)을 넘어 역대 최저.
규정타석 타자 67명 중 23명이 타율 2할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전체 34.4% 비중을 차지한다. KIA 김도영(.071), 최형우(.080), KT 장성우(.083), 키움 송성문(.094) 등 4명은 1할도 못 넘기고 있다. 초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 바닥이다.

공인구 반발 계수를 하향 조정한 2019년에도 개막 46경기에서 1할대 타자가 23명이었다. 홈런 숫자가 급감하긴 했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타자들이 적응하면서 시즌을 마쳤을 때 리그 타율은 역대 15위(.267)로 올랐다.
투수들의 힘이 넘치는 초반에는 타자들이 고전하기 마련. 코로나 이슈로 시즌 초반 각 팀 주축 타자들이 대거 이탈한 영향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흐름은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스트라이크존이 결정적이다. 시즌 전 KBO는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를 선언했다. 정지택 전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경기력 향상의 일환으로 스트라이크존 개선을 언급했다. 타자 신장에 따른 개인별 존 적용으로 볼넷의 감소와 공격적인 투구 및 타격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예고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갑작스런 변화에 볼멘소리가 나왔다. 추신수(SSG)도 지난 2월 “갑자기 바뀐 스트라이크존에 선수와 심판들이 많이 힘들어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무 빠른 시간 내에 바뀌는 것 같다.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걱정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당초 KBO 심판진은 위아래 존을 넓힌다고 밝혔지만 사람인 이상 칼같이 될 리 없다. 상하뿐만 아니라 좌우까지 전체적으로 크게 넓어지면서 타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 시범경기부터 실전에서 적용되고 있지만 타자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타자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고개를 갸웃하거나 타석에서 쉽게 못 벗어나는 타자들이 많다. 이용규(키움)는 지난 5일 고척 LG전에서 볼 판정에 불만을 표하다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시행착오 과정이지만 생각보다 진통이 오래 갈 분위기다.

존이 넓어지면서 타자들은 죽어나지만 순기능도 있긴 하다. 지난해 4.19개로 역대 최다치를 찍은 9이닝당 볼넷 수치가 올해(2.95개) 역대 최소치로 크게 줄었다. 평균 경기시간도 연장 포함 3시간5분으로 지난해(3시간14분)보다 9분이나 짧아졌다. 2000년(3시간4분) 이후 최단 시간으로 존 확대 효과를 보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