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에서도 안 했던 4연투 혹사, 9위팀 감독의 나홀로 한국시리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10.12 08: 13

"우리는 매일 이기는 야구를 할 것이다."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첫 시즌을 준비하던 맷 윌리엄스(56) 감독은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는 "리빌딩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매일 이긴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윌리엄스 감독의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시즌 내내 9위에 머무르며 포스트시즌이 멀어졌지만 KIA의 요즘 라인업이나 선수 기용을 보면 가을 야구 순위 싸움을 하는 팀 같다. 붙박이 주전 고정에 특정 선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 /OSEN DB

지난 주말 10위 한화와의 3연전은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했다. 불펜 셋업맨 장현식은 10일 더블헤더 2경기 포함 3일 사이 4경기를 등판했다. 총 4이닝 61구를 던졌다. 마무리 정해영도 3연투를 소화했다. 불펜투수들을 아까지 않고 쓴 덕분에 KIA는 3연전을 전부 잡고 한화와 격차를 5.5경기로 벌렸다. 
창단 첫 10위 추락의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KIA 팬심은 호의적이지 않다. 오히려 부정적이다. 프로라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이기는 데 목적을 둬야 하지만 가을야구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혹사 논란이 불거지는 건 현대 야구에 맞지 않다. 메이저리그 출신 윌리엄스 감독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실망이 더 크다. 
지난 2014~2015년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시절 윌리엄스 감독은 2년간 투수 4연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3연투가 2년 연속 9번씩 있었지만 혹사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지구 우승을 차지한 2014년 순수 구원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가 6명 있었지만, 지구 2위로 일찌감치 가을야구가 멀어진 2015년에는 2명으로 줄었다. 
KIA 부임 첫 해였던 지난해도 3연투는 9번 있었지만 순수 구원 50이닝 이상은 고영창(58이닝), 박준표(51⅔이닝) 2명뿐으로 모두 리그 전체 10위권 밖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4연투 1번 포함 3연투 이상이 11번으로 늘었다. 올 시즌 리그 최다 63경기에 등판한 장현식이 순수 구원 중 두 번째로 많은 71⅓이닝을 던졌다. 지금 페이스라면 시즌을 마쳤을 때 80이닝을 넘는다. 박진태도 61⅔이닝으로 이 부문 5위. 정해영(56⅓이닝)까지 구원 50이닝 이상 투수가 3명이다. 
KIA 타이거즈 장현식 /OSEN DB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 등 앞서 KBO리그 외국인 감독들의 장점 중 하나가 데이터와 원칙에 기반한 투수 관리였다. 그런데 올해 윌리엄스 감독은 특정 투수에 의존하며 혹사 논란을 일으키던 국내 감독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윤석민, 한기주, 신용운 등 특급 영건 투수들이 부상으로 단명한 것을 지켜본 KIA 팬심은 불안불안하다. 
물론 빅리그 도전에 나선 양현종의 공백,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및 돌발 변수에 따른 장기 공백으로 선발진이 구멍난 탓에 불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시즌이다. 그러나 순위가 거의 굳어진 시점까지 마른 수건을 짜내는 총력전을 펼치면서 지난해 6위로 기대 이상 선전을 한 성과까지 깎아먹고 있다.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 운용도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 최원준, 박찬호, 김선빈의 수비 이닝은 리그 전체 각각 1위, 7위, 12위로 가을 경쟁팀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뛰고 있다. 신인 포수 유망주 권혁경은 지난달 14일 1군 콜업 후 팀이 26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OSEN DB
3년 계약을 한 윌리엄스 감독에게는 내년 시즌도 남아있다. 그런데 지금 내일이 없는 한국시리즈처럼 야구하고 있다. 내년 시즌 보완점에 대해 그는 "몇 가지 물음표가 있다. 최원준의 군입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FA 영입도 비시즌 상황을 봐야 한다"며 "아직 남은 시즌 경기가 많다. 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해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KIA는 잔여 시즌 18경기가 남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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