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의 광폭 질주에 팀 리퀴드가 제동을 걸었다. ‘소나-타릭’으로 속도를 늦췄으나, 쐐기는 ‘임팩트’ 정언영이 박았다. 그간 ‘버티기의 정석’으로 평가 받았던 플레이와는 달랐다.
지난 6월 30일(이하 한국시간) 북미-유럽 중 최강 지역을 가리는 ‘리프트 라이벌즈: 블루 리프트’가 ‘LOL 유로피안 챔피언십(이하 LEC)’의 3-1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팀 리퀴드는 그룹 스테이지 2일차에서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우승팀 G2를 꺾고 ‘LOL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LCS)’에게 2승을 안겼다. 특히 팀 리퀴드는 파이널 무대에서 다시 한번 G2를 침몰시키며 MSI 결승전 패배의 복수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팀 리퀴드는 그룹 스테이지 1일차에서도 LEC 서머 시즌 전승팀 프나틱과 대등하게 싸우며 북미의 저력을 드러낸 바 있다. ‘옌슨’ 니콜라이 옌슨의 아지르가 경기 중반 허무하게 쓰러지지 않았다면, 팀 리퀴드는 프나틱의 ‘2원딜’ 성장을 억제할 수 있었다. 이렇게 팀 리퀴드가 LEC 상대로 북미 팀 중 유일하게 선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바뀐 정언영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13년 SK텔레콤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정언영은 지난 2015년 LCS 무대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지난 2018년까지 정언영은 ‘탑 버티기’의 교과서로 많은 팬들에게 인식돼 왔다. 적의 다이브에도 곱게 죽지 않던 모습 탓도 있지만, 실제 기록으로도 정언영의 ‘버티기 성향’은 잘 드러난다. 통산 최다 사용 챔피언은 쉔(38승 18패, KDA 5.79)이며, 지난 2018년, 2017년엔 각각 오른, 노틸러스를 애용했다.
그러나 정언영은 올해 들어와선 달라진 호랑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서포터 시절의 날카로운 이빨이 다시 드러나는 듯 정언영은 버티는 챔피언보다 주도적인 픽을 꺼내고 있다. 2019시즌 정언영의 모스트 픽은 케넨, 갱플랭크, 제이스이며, 특히 제이스는 전승(7승, KDA 5.09)을 기록하고 있다. 팀 내 한타의 영향력도 최상급이다. 2019 LCS 서머 시즌 정언영의 팀 내 데미지 비율은 ‘더블리프트’ 일리앙 펭에 이은 2위다.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데미지 비율 3위, 분당 데미지 2위)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정언영은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에선 다소 경기력이 떨어졌던 일리앙 펭을 완벽하게 뒷받침했다. 탱커, 딜러 챔피언의 플레이가 모두 뛰어났다. 항상 상대방 탑 라이너 보다 먼저 움직여 봇 라인에게 힘을 실었다. 프나틱 경기에선 비록 패배했으나 텔레포트 활용으로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한 몫 했다. 특히 G2와의 두 경기에선 ‘원더’ 마틴 한센의 발목을 끈질기게 잡았다. 세주아니로는 ‘탑 AP 쉬바나’의 노림수를 단단하게 버텼고, 갱플랭크는 솔킬로 초반 부터 기세를 꺾었다. 정언영은 팀 내 데미지 비율 1위(27.8%, 탑 라이너 중 1위)를 달성하며 방패 보단 칼이 손에 맞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CS는 지난 2018년 그 동안 힘들었던 역사를 딛고 국제대회 4강 팀을 배출하고, 이번 2019 MSI에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MSI에 비해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팀 리퀴드가 이번 롤드컵에서 정언영과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