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드라마 시대'를 열겠습니다". MBC가 대대적인 평일 밤 드라마 편성 변경을 예고했다. 새로운 시간대에 새로운 작품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방송가의 이목이 쏠렸다.
MBC는 지난 8일 평일 밤 드라마 편성 시각을 기존 밤 10시에서 밤 9시로 이동하기로 최종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달 22일 첫 방송되는 새 수목드라마 '봄밤'(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과 6월 3일 첫 방송되는 새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극본 민지은 조원기, 연출 노도철)부터 밤 9시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은 노동 시간 단축과 변화하는 시청자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결과다. MBC는 저녁 외식 시간대가 저녁 8~9시에서 7~8시로 앞당겨진 점(2018년 11월 신한카드 발표 통계), 지난해 8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일대 직장인 일 평균 근무시간이 전년도 동기간 대비 평균 55분 감소한 것(KT 유동인구 빅데이터 자료)을 예로 들며 시청자들의 저녁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드라마 편성 변경을 통해 '밤 9시 드라마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사진=MBC 제공] 시즌2부터 밤 9시에 방송하게 된 '검법남녀' 포스터](https://file.osen.co.kr/article/2019/05/09/201905091125773327_5cd390c77c86a.jpg)
실제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변화는 방송가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지상파 3사가 드라마 시장을 독점하던 과거와 달리 tvN과 OCN 등 케이블TV를 비롯해 JTBC와 채널A, MBN,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까지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편성한지 오래다. 더욱이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의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부터 'SKY캐슬', '눈이 부시게' 등의 완성도 높은 화제작까지 이들 채널에서 쏟아지며 지상파의 드라마 왕국 시대가 저물었다.
특히 비지상파 채널 대부분 밤 9시 30분 대에 평일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MBC의 1시간 빠른 편성 변경이 도출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드라마 시청자 층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콘텐츠의 질적 향상 없는 시간대 변경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일고 있다.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일으킨 작품들 대부분이 뛰어난 완성도를 바탕으로 지상파의 견고한 고정 편성 시간대 우위를 극복해냈기 때문.
일례로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은 '콘크리트 시간대'로 통하는 KBS 주말극 후반과 여타의 지상파 주말극 시간대와 겹치는 토, 일요일 밤 9시에 편성돼 성공을 거뒀다. 'SKY캐슬' 또한 MBC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 SBS '정글의 법칙' 등 각 지상파 킬러 콘텐츠가 편성됐던 금,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돼 열풍을 일으켰다.
결국 MBC가 평일 드라마 시간대를 변경하더라도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꾸준한 양질의 콘텐츠 공급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앞서 SBS는 예능 시간대였던 금, 토요일 밤 10시에 '열혈사제'를 기점으로 금토드라마를 선보이며 새로운 드라마 시청자 층을 만들기도 했다. 배우 김남길, 이하늬 등의 재기 발랄한 캐릭터와 통쾌한 전개 방식에 힘입어 '열혈사제'는 시청류 20%를 돌파하며 성공했다. 이와 관련 시청자들은 시청 시간대가 아닌 드라마의 완성도와 재미를 최우선 장점으로 꼽았던 터. MBC의 편성 변경에 대해서도 참고 돼야 할 대목이다.
![[사진=MBC 제공] MBC 로고](https://file.osen.co.kr/article/2019/05/09/201905091125773327_5cd390c7c116d.jpg)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MBC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대목이다. MBC 최승호 사장은 최근 "드라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제대로 된 대작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내부 기획 역량 강화는 물론 외주제작사와 폭넓게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MBC에 편성하는 게 손해보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아울러 MBC 정책 관계자는 OSEN에 "원래 방송사의 편성이 고정적인 것은 아닌데 드라마를 밤 9시로 고정하는 것은 굉장히 큰 변화라 할 수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편성 시기 상 '봄밤'이 먼저 밤 9시에 편성되고 뒤이어 '검법남녀 시즌2'가 편성되면서 드라마를 밤 9시, 밤 10시부터를 기존 예능 혹은 교양들이 가져갈 전망이다. 다만 기존 프로그램들로만 채우지는 않을 수도 있다. 신규 프로그램까지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며 6월 이후 드라마와 더불어 예능까지 고려한 평일 밤 시간대의 대대적인 편성 변경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1980년 드라마 '백년손님', 1987년 미니시리즈 '불새' 이후 '평일 밤 10시엔 드라마'라는 공식을 만들었던 MBC다. 과연 MBC가 호기로운 포부에 부응하듯 새로운 시청 패턴을 각인시킬 수 있을까. '봄밤'과 '검법남녀 시즌2'로 시작되는 새로운 드라마 시간대에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